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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행복

<완벽한 도미 요리>(나홍진)

by 사붓이 2025.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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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 한 마리를 완벽하게 요리하기 위해 펼쳐지는 정교한 손놀림과 고요한 주방의 긴장감, 그 물리적인 장면들 속에서 삶의 균형과 집중이 무엇인지를 보았습니다. 모든 과정이 순서 없이 흐르지만, 그 안에는 오랜 내공이 깃든 절제가 있고, 요리는 단순한 조리 과정이 아니라 한 인간이 자신을 갈아 넣는 마치 수행자처러 느껴졌습니다. 나홍진 감독은 2016년 37회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영화<추격자>를 연출 하였습니다. 2025년 <호프>는 sf장르,스릴러,미스테리 영화로 황정민, 조인성,정호연이 출연하는 상방반기 개봉을 앞둔 대작입니다. 
 
 


 

삶을 반추하다

도마 위에 놓인 도미 한 마리, 그 살결을 따라 칼이 움직이는 요리사의 장면에서, 전 오래 전 횟집 주방에서의 새벽 공기와 칼끝의 긴장감이 떠오릅니다.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에 정성을 다하는 시간은 마음을 조용히 다듬고 정리하던 시간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도미는 완벽하게 요리 되지만 그 완벽함은 감각과 몰입, 아주 사적인 고요함으로 이루어집니다. 어쩌면 삶을 살아낸다는 것은 끊임없이 나를 요리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삶을 바르고, 뼈를 걷어내고, 때로는 쓰다듬고, 때로는 눌러내며 삶의 결을 감각적으로 복원하는 기억의 요리  이 영화는 미식을 말하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블로그를 삶의 수행터로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책과 영화를 통해 내면을 탐색하며 삶의 성찰과 창작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글로 쓰고 있는데요, 영화와 책에서 만나, 예술을 통해 비추어진 무의식의 자아를 살펴봅니다. 명상과 마음 수행을 통한 깨달음의 수행 기록을 담습니다. 특히, 영화는 감정의 거울이자 살아 온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창으로 작용합니다. 최근에는 영화평론 글쓰기를 통해 감각적인 장면과 그 안에 스며든 무의식을 함께 읽어내고 싶었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조금씩 더 깊이 이해해하고 싶은 분들과 함께 글을 나누고 감정을 연결하는 시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영화평론글쓰기] 첫 수업 시간, 영화 연출가, 20대 남자 배우 지망생, 30대 전후 여성들속에 58세인 나는 조금은 낯설었습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설명하는 것을 꺼내는 동안 얼마나 떨리던지 바들바들 치아가 부딧쳐서 아팠습니다. 간신히 소개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내가 살아 온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말하는 시간은 나의 시간이었고 어떤 젊음보다 단단했으니 그것이면 충분했다고 스스로 다독였습니다

 
 

감각의 요리, 완벽한 도미요리를 감상하고

 

영화<완벽한 도미요리>는 고요하게 시작합니다.정갈한 도마 위에 놓인 도미, 손끝의 긴장이 흐르는 가운데 망설임 없이 칼이 들어갑니다. 요리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저는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정성스러운 요리가 아니라, 제 몸에 각인된 고통의 기억처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10년 넘게 주방에서 일해 온 나의 몸이 감각으로 말합니다. 조리는 단지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무거운 솥을 옮기고 뜨거운 불 앞에서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날들, 그 속에서 제 몸은 점점 닳아갔습니다. 아픈 몸으로 돈을 벌어 다시 그 몸을 치료하며, 술 한 잔에 기대어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횟집 주방에서의 요리 경험이 <완벽한 도미요리>와 중첩되어 보는 영화에서 감각이 되살아나는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밀착된 공감과 감정을 느꼈습니다. 
영화평론 글쓰기에서 정말 귀한 자산은 영화와 삶이 만나는 지점일 수 있습니다. 한 마리의 도미 요리가 과거 주방에서의 기억을 다시 살아난 감각을 문장으로 옮기는 과정이 에세이 글쓰기입니다. 도마위에 눕혀진 도미의 살결을 따라 움직이는 칼끝의 속도는 익숙한 리듬이었습니다. 주방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무언가를 완벽하게 다듬고자 했던 마음을 유기적으로 연결합니다. 삶을 요리하듯 주방에서의 요리 경험이 연결됩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왜 그렇게까지 몸을 던지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완벽주의가 아닙니다. 음식을 먹는 이를 향한 마음, 자신이 감당해야 했던 고요한 책임, 그리고 스스로를 붙들기 위한 예의였습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살아왔기에, 그 장면들이 더욱 잔인하게 다가왔습니다. 감독은 정직했습니다. 그러나 그 정직함은 너무나 차가웠습니다.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저를 직면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냉정하게 대했던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고, 그 낯섦 앞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나는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아니, 이 영화가 나를 다시 바라보고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깊은 이야기 속에서, 제 삶의 한 문장을 다시 읽는 듯한 경험이었습니다.
 
영화의 유기적 해석은 문학, 영화, 예술 작품을 해석할 때 그 작품을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통일된 전체로 보는 관점입니다. 쉽게 말하면 부분은 전체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어떤 인물의 대사나 작은 장면 하나도 그 작품 전체의 주제 , 흐름, 정서, 구조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시로 설명해보면 영화<완벽한 도미요리>에서 도미를 손질하는 장면이 단지 요리를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삶의 집중, 과거와 현재의 연결, 침묵 속에서 말하는 감정입니다. 영화 전체의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이라면 그 장면은 유기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유기적 해석=전체와 부분을 연결해서 읽기]
영화나 문학이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고 그 안의 요소들을 떼어놓지 않고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입니다. 

 

영화를 쓰는 방식: 리뷰, 평론, 에세이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의 표현입니다. 그러나 그 ‘글쓰기’에도 여러 갈래가 존재합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형태는 영화 리뷰(review), 영화 평론(critique), 그리고 영화 에세이(essay)입니다. 이 세 가지는 각기 다른 목적과 어조, 독자층을 가지고 있으며, 글쓴이의 삶의 태도와도 깊게 연결됩니다.
먼저, 영화 리뷰는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감독, 배우, 개봉일, 러닝타임, 장르, 줄거리 요약 등 기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영화를 볼지 말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글입니다. 종종 ‘별점’이나 ‘한줄평’이 포함되며, 개인적인 감상은 간단히 덧붙여집니다. 블로그나 포털의 검색 유입을 고려한 글쓰기 방식으로, 영화 소비자에게 실용적인 가치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리뷰는 영화 그 자체의 의미를 깊이 파고들지는 않습니다.
반면, 영화 평론은 학문적 깊이와 분석적 시선을 전제로 합니다. 영화의 구조와 서사, 미장센과 촬영기법, 인물과 상징, 사회적 맥락과 철학적 메시지를 종합적으로 해석합니다. 감독의 연출 의도나 작품 세계 안의 사유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며, 때로는 인문학, 사회학, 정신분석, 영화미학 등의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학술지나 전문지에 실리는 글이 이 범주에 해당하며, 독자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지적 탐색의 글입니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혹은 그 너머에서 존재하는 것이 영화 에세이입니다. 영화 에세이는 줄거리나 미학적 해석보다는 ‘그 영화를 통해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를 중심에 둡니다. 즉, 영화의 서사나 장면이 자신의 삶, 정서, 경험과 어떻게 맞닿았는지를 서술합니다. 영화는 하나의 거울이 되고, 글쓴이는 그 안에서 자신을 바라봅니다. 따라서 영화 에세이는 정보나 분석이 아닌 ‘공감’과 ‘나눔’을 핵심으로 합니다. 삶을 살아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기에, 영화보다 더 넓고 깊은 세계를 품게 됩니다.
저희 블로그에서 지향하는 글쓰기 또한 바로 이 영화 에세이의 영역에 자리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감상이 아닌, 삶의 수행과 사유가 깃든 문장으로서의 영화 에세이를 지향합니다. 이를테면 『완벽한 도미요리』라는 작품을 바라보며, 단지 요리 장면의 정교함에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조리원으로 일했던 지난 날의 노동과 고통, 몸의 기억, 그리고 그 너머의 책임과 사랑까지 함께 떠올립니다. 영화의 칼끝은 내 몸의 고단함을 건드리고, 그 침묵은 삶의 고요한 책임을 환기시킵니다.
이렇듯 우리의 영화 에세이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자기 응시와 삶의 수행을 담은 기록입니다. 감각적인 장면 묘사를 통해 영화를 환기시키고, 개인적인 체험을 빌려 영화를 확장하며, 철학적 사유를 통해 독자와의 깊은 연결을 시도합니다. 이는 평론의 분석력과 리뷰의 전달력을 바탕으로, 에세이의 감성을 입은 글쓰기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리뷰가 영화를 ‘소개’하고, 평론이 영화를 ‘해석’한다면, 에세이는 영화를 ‘살아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블로그는 이 ‘살아낸 영화’를 통해, 각자의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작은 등불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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