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32

<헤어질 결심>(2023.박찬욱) 비 내리는 사찰 시퀀스, 안개 낀 이포의 바다, 외로운 서래를 감시하듯 응시하는 망원경 영화는 느와루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전복한 껍질만을 차용한 채 존재론적 사랑의 깊이로 들어갑니다. 창이 닫혔다고 태양이 사라진 건 아니다누군가가 당신의 삶에서 떠났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진짜 사랑은 개인적인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나 이야기 속에만 속한 것은 아니죠. 우리는 사랑 그 자체입니다. 경계 없고, 집착하지 않으며, 자유로운 존재, 잃어버림 속에서도 사랑은 여전히 여기에 있습니다. 조용히, 넓게 다시 느껴지기를 기다리며 _혜민스님영화은 사랑의 본질 즉 사랑 그 자체로 존재하는 사랑을 깊이 되새기게 합니다. 오르페우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위대한 음악가이자 시인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태양.. 2025. 5. 31.
<박쥐>(2009.박찬욱) 영화 감당할 수 없는 무게 드디어 영화 『박쥐』를 십 년 만에 다시 보았습니다. 화요일 저녁 수업 직전에 공백 시간이 생겨 자연스럽게 영화를 틀게 되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영화 평론 글쓰기를 그만둘지, 계속할지 깊이 고민하였습니다. 마음에 번민이 들끓어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십 년 전 감상했던 『박쥐』에 매몰되어 있던 나 자신을 어떻게 구출할 수 있을지 물었습니다. 억지로 애쓰진 않았지만, 시간은 흘렀고 그 사이에 다른 영화(예: 『콘클라베』)를 보며 해석을 시도하기도 했고, 봉은사의 선명상대회에 참여하며 마음에 봄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혜민스님의 법문인 "모를 줄 아는 마음"은 답답한 화두였으나, 그 방편을 설하신 말미에서 길이 열렸습니다. 수업 전날 오전에는 광교산으로 매화말발도리를 보러 갔.. 2025. 5. 30.
<미드소마>(2019.아리 애스터)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 위로 햇살이 쏟아지고, 눈부신 백야 아래 꽃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호르가 마을 에 들어서는 대니 일행은 마치 꿈처럼 밝고 평화로운 풍경 속을 천처히 지나 천사같은 옷차림의 사람들이 웃으며 맞이합니다. 점프 스케어 없는 공포 영화관객이 공포 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 영화가 가진 익숙한 표현 방식이나 설정을 어느 정도 즐기거나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 '클리셰'라고 하는데 클리셰는 단순히 진부하다는 뜻으로만 이해되기보다는 오랫동안 영화에서 반복되어 온 하나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클리셰는 장르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두운 조명, 갑작스러운 소리, 정체 불명의 존재 등은 공포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영화 전문가들에 따르.. 2025. 5. 30.
<이니셰린의 밴시>(2011.마틴 맥도나) 나의 섬 이니셰린에 봄이 왔습니다“딴 데 앉아.”“제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말씀해 주세요.”“말실수 한 거 없어. 그냥 이제 자네가 싫어졌어.” 영화 (2023, 마틴 맥도나)는 쓰나미처럼 밀려온 묵은 감정들을 드러냅니다.우리 생의 은밀한 비밀창고, 무의식에서 쏟아져 나오는 분노, 사랑, 우울, 불안, 공포, 의존, 질투, 분열, 시기심, 투사와 회피. 이 모든 것은 무의식적 생존 전략입니다.파우릭이 말하는 ‘다정함’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그의 다정함은 사실 의존의 한 형태였습니다. 파우릭은 펍에 함께 가기 위해 콜룸의 집에 들르지만, 환영받지 못한 채 집 안에 머무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합니다.1923년 4월 1일, 그는 만우절 장난으로 여기고 콜룸에게 다가갔지만, 콜룸은 냉담했습니다. 자유로운 창조.. 2025. 5. 30.
반응형